사진> 거북선이 건조되고 운영되던 전남 여수의 '선소'유적지 (출처 : 여수관광문화)

1592년 음력 2월 8일, 새로운 ‘전선(戰船)’에 사용할 돛베(돛을 만드는 데 쓰는 천)를 받아든 그의 얼굴에는 아마 긴장감과 기대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음력 4월 12일 그의 일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 식후에 배를 타고 거북선에서 지자포(地字砲), 현자포(玄字砲)를 쏘아보았다...”

그 후 하루 뒤에 한반도 최대의 격변기인 7년 전쟁 <임진왜란>이 발발했다. 하루 뒤에 말이다.



불과 1년 여 전에 조선통신사들이 엇갈린 전쟁의 기운을 전하긴 했어도, 조선 건국 이후 심각한 전쟁이 한번도 없었기에 국정, 국방에 관여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참혹한 전란을 상상하기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모든 일상과 사회질서가 깨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어갈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 수 있었을까.

결국 부산포를 까맣게 덮친 왜군의 배들이 상륙하고, 부산부터 한양까지 임진왜란의 초기는 급격한 혼란의 팽창과 사망자들이 감당할 수 없게 쌓이는 사회 비극의 시작이었다.
심지어 우리는 전쟁 발발 직후 많은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경상순변사(巡邊使) 이일(李鎰)과 조선의 총사령관이었던 신립(申砬)은 각각 상주와 충주에서 왜군의 근접정보를 입수하고도 대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보고를 한 군관들을 망령된 보고로 군을 동요시킨다 하며 목을 베어 죽였다.



그 때로부터 수백 년이 흘러,  2014년 4월 16일 우리는 또다시 참담한 경험을 했다.
수백 명의 청소년들이 배에 갇혀 침몰하고 죽어가는 동안에, 제대로 된 구조나 시도는 진행되지 못했고 근처에 있던 충분한 장비의 미군들이 달려왔을 때에도 진입을 불허한 것은 당시의 상황 책임자들이었다. 

그렇게 나라가 뒤 흔들리고 또 수년 후 지금.
2019년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원인불명의 폐렴 환자 27명이 발생하고, 급기야 해가 바뀐 1월 20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코로나19’라는 질병의 감염자 확진이 일어난다.
그리고 국내 질병관리본부의 발빠른 대응으로 확산이 진정될 것 같았던 설 명절을 지난 다음 달 2월 19일, 대구/경북에서 11명의 무더기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신천지’교 사람들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확진자가 폭발하여, 2월 26일에는 드디어 국내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한다.

그 이후 상황은 모두가 잘 아다시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대유행이 발생하여 세계 많은 도시들의 의료체계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많은 사망자들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도...
한국보다 의료체계나 사회질서가 앞서있다는 여러 선진국에서는 물건들을 구입하며 싸우는 사람들, 넘쳐나는 사망자들의 관을 집단매장하는 모습들이 이제는 낯설지도 않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가장 큰 격변의 시기를 거의 세계 모든 국가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 알다시피...  이런 대혼란 속에서 한국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사회를 회복시키고자 노력들을 하고 있다.(다른 나라들은 지금 그럴 여유도 없는 와중에 말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 우한에서 코로나 발병 직후 1월 12일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에서 코로나19 유전자 염기서열을 공개 ➤➤ 모니터링 하고 있던 국내 기업들이 바로 진단키트/시약 개발 착수
  • 1월 26일, 대통령은 질병관리본부장, 국립의료원장 등과 통화하며 대책 강구 시작 ➤➤ 다음 날 27일 서울역사 회의실에서 각지에서 모인 민간시약 개발업체들과 질병관리본부의 협업 미팅
  • 그리고 시작된 민관, 군까지 나서고 전 국민이 호응하여 대응하는 국난극복의 시작
.........................................

1592년 부산포가 터지며 임진왜란이 시작된 후, 우리에게 이순신이 없었고, 이순신에게 거북선이 없었다면 이 땅의 상황은 어떠했을까. 아니 있었다해도 그 하루 전에 겨우 거북선에 못질이나 하고 돛에 바느질이나 하고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2020년 한반도의 맑은 날씨아래 벚꽃잎이 날리는 이 일상을 당연하다고 여기지 않고 계속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보고 다시 이후를 생각해야 하는 일이 우리에게 이제 생긴 것이다.
4월 16일, 여전히 못난 어른들의 모습을 해결하지 못한 세월호의 아이들 생각도 더해서 말이다.


...

송두혁 | Joachim Song

LOG EDITOR / INSIGHT•LOG 총괄PD / 콘텐츠 프로듀서 / 플랫폼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