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이렇게 한국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운 적은 없었을 것 같다(올림픽, 월드컵 같은 대회 유치로 강제소환 되는 경우는 차치하고). 덩달아서 우리도 이야기꽃을 피운다. 어깨도 으쓱해지고 총선까지 영향을 미치며 모든 분야에서 정말 우리가 이렇게 잘 났던 것을 우리만 몰랐다고 세계가 이야기해 주는 것처럼 들린다.


그리고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에 대한 이야기들을 먼저 그리고 열심히 꺼내고 들어온 물에 노를 젓기 위해 열심히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사실 무리가 되거나 허세가 될 건 아니다. 한국은 확실히 중세의 흑사병 같은 분위기가 엄습한 이 세계에서 빛나고 있고 희망을 이끌고 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도 아마 코로나 이후에 많은 인식과 분위기, 시스템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동네 친구들에서부터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의 ‘포스트 코로나’ 이야기꽃 속에서 좀 꼭꼭 씹으며 성찰해 볼 우리의 모습들을 잊지 않고 발전했으면 좋겠다.

아카데미를 휩쓸다 그러면 이제 한국 영화 콘텐츠는 발전의 순풍을 타는가

많은 재능있는 영화인들처럼 봉준호 감독은 2000년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하며 한국 영화업계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드디어 아카데미 상까지 휩쓸며 한국 콘텐츠의 브랜딩에 크게 기여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낙인을 찍었고, 2017년 <넷플릭스>와의 실험적 작품이며 배급 시도했던 ‘옥자’는 우리의 모든 엔터테인먼트 생활을 책임져주는 대형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 보이콧 당하며 거기서 볼 수조차 없었다.



대형 기획사들과 국가의 전략적 해외진출 노력들, 그런데 옆에서 <BTS>가 훅 들어갔네

문화 관련 기관들도 전문 업체들도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나 우리도 아이돌에 식상해져 갈 즈음, 미국인들도 ‘공장형’ 아이돌에 익숙해져 갈 즈음, 영어로 노래하지도 않고 칼군무보다 메시지를 이야기하고 세계 젊은이들과 감성으로 자유롭게 얽혀들어가는 신생 기획사 <빅히트>의 아이돌 <BTS>는 해외공략 기술들에 땀을 흘리던 한국의 문화계와는 분명히 다른 방식으로, ‘콘텐츠’ 그 자체로서 세계를 뒤흔든다.
‘K-pop’으로 한류를 붐업시키려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BTS-pop’이 나타나 한류 붐업을 잡아끌어 올렸다.



세계를 리드할 것 같았던 e스포츠 종주국에서 그냥 PC방이 많은 나라로…

우리는 90년대 후반에 PC게임을 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한 ‘e스포츠’를 탄생시키며 스스로 종주국에 ‘등극’했고, 그 시장은 2018년 38% 성장세를 기록하기도 하며, 2021년에는 약 21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시장자료 : Newzoo). 그러나 코로나가 세계를 뒤덮은 지금, 게임업계의 위너(Winner)는 ‘모여라 동물의 숲’이라는 강력한 IP(지적재산권)을 가진 <닌텐도>이다(코로나 3월 대비 주가 46% 급등).
우리가 게임을 사회적인 문제 인프라로 좌표를 찍고 질병등록을 고려하는 동안, 와이파이 잡기 어렵다는 미국이 <블리저드> 등의 미국 게임업체들의 IP를 무기로 새로운 e스포츠 신흥종주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SNS 시대를 이끌고, 새로운 컴퓨팅 태블릿 시대를 이끌고

우리는 이끌고 그리고 쑥 빠졌다. ^^;
‘싸이월드’는 거대한 SNS 시대를 열어젖혔던 ‘Facebook’을 이끌어 줬고, <LG전자>가 OEM방식으로 개발했던 태블릿의 원조 ‘TC-1100’은 스티브 잡스가 ‘혁신’으로서 세상에 선을 보인 ‘아이패드’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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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포스트 코로나’를 이렇게 여유 있고 선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요즘의 상황이 참 대견하다. 많은 전문가는 심지어 코로나 이후에 한국이 세계질서의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전망과 다양한 지적을 쏟아내고 있기도 하다.

요즘 모든 미디어의 근거지, 대세 <유튜브>에서 포스트 코로나 이야기꽃이 활짝 피었는데, 우리가 어떤 기회들을 놓쳐 왔었는지, 어떤 상황들을 실수해 왔었는지도 이렇게 잘 나가고 있을 때 정말 좀 생각해보는 이야기꽃들도 피어나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단순한 특정 기술의 등장이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 눈에 보이는 이야기들 말고, 보다 세상이 변화하는 흐름에 대한 것,

어쨌든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힘든 시기이다.
모두 함께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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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혁 | Joachim Song

LOG EDITOR / INSIGHT•LOG 총괄PD / 콘텐츠 프로듀서 / 플랫폼 전문가